[50] 이젠 베트남이다 고두현 논설위원/한국경제/2019.06.06

- 요약 및 의견

베트남은 세계의 공장이 될 수 있을까?

 세계의 공장들이 베트남으로 모여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많이들 이전하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미중무역전쟁으로 인한 25% 관세부과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게 관세 일부를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한, 대미 최대 흑자국인 중국은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를 버티면서 수출할 수 없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더 이상 지켜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기에, 별수 없이 '차이나 엑소더스'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 어부지리로 상당한 이득을 얻고 있다. 해외의 수많은 기업체들이 베트남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옮길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미중무역전쟁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은 현재 기업활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이유는 세금이다. 베트남의 경제특구에는 4년간 법인세가 없다! 이후에는 9년간 5%를 부과하고 그 후 점점 늘어나긴 하지만 우리나라 법인세율 27.5%에 비하면 한참 낮다. 두 번째로 인건비가 무지 싸다. 베트남의 경제중심지인 호치민시의 월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2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세 번째로 풍부한 노동력이다. 인건비는 싸지만 노동력이 충분치 않다면 공장을 돌리기 어렵다. 하지만 베트남은 약 1억 명의 인구 중 40%가 아직 35세가 안되는 젊은 사람들이다. 그만큼 일을 할 수 있는 경제활동 인구가 많아 충분히 노동력을 조달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학 등에서 매년 10만 명의 공학도가 배출된다고 하니 노동력의 질 또한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베트남은 세금과 인건비, 그리고 풍부한 노동력 이 3박자가 갖추어진 최적의 환경이기에 미중무역전쟁과 맞물려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베트남이 미국에 잘 협조하고 정치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부딪히지만 않는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세계 주요 수출국이 되리라 본다. 

 


- 베껴쓰기
베트남 북동부의 하이퐁 경제특구에 최근 중국 기업 16곳이 입주했다. 2017년 말까지 이곳에 들어온 중국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지난해 6월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발표한 뒤 입주 기업이 부쩍 늘었다. 이런 추세라면 하이퐁 경제특구의 공용인력이 올해 2000여 명에서 2021년 3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미국 등의 다른 나라 기업들도 전자제품이나 전화기기 등의 생산 공장을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베트남이 새로 건설하는 경제특구만 30개에 이른다. 한국 기업들의 베트남 투자도 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달 1조2000억원을 들여 베트남 시가총액 1위 빈그룹의 지분 6%를 확보했다. 한화그룹도 빈그룹에 4800억원을 투자했다. 

베트남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외국인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한 167억달러(약 20조원)를 기록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6.79%나 됐다. 이를 두고 "미·중 무역전쟁의 승리자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베트남"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세계의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몰리는 것은 단순한 무역전쟁의 반사이익 때문만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세제 혜택과 저렴한 인건비 등이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기업들은 법인세를 4년간 한 푼도 내지 않는다. 이후 9년간 5%, 2년간 10%를 낸 뒤로도 최고 20%만 납부하면 된다. 월 최저임금은 지난해 기준 호치민시 지역이 172.8달러로 중국 상하이(365.6달러)의 절반 이하다.

우수 인재도 많다. 정보기술(IT) 교육 과정을 갖춘 254개 대학·전문대에서 매년 10만 명의 공학 전공자가 배출된다. 이들을 포함해 IT 분야에서만 20여만 명의 전문 인력이 공급된다. 인프라 투자도 활발하다. 올해 발주된 베트남 최대 토목사업 '동부지역 남북고속도로'에는 5조원이 투입된다.

베트남은 전체 인구 9700여만 명의 40%가 35세 미만인 '젊은 나라'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 통일 후 10여 년 만에 '도이모이(쇄신)' 정책으로 시장경제를 빨리 도입한 순발력도 여기에서 나왔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차이나 엑소더스(탈중국)'에 이은 베트남의 급부상이 글로벌 생산망 재편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흥미로운 것은 베트남의 발전모델이 한국이라는 점이다. 베트남의 새로운 성장거점인 경제특구는 한국의 수출자유지역 등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서울대 공대 교수들의 경제발전 연구서 <축적의 시간>과 <축적의 길>에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곳도 베트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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