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총요소생산성이 문제다" 양준영 논설위원/한국경제/2019.05.17

 

- 요약 및 의견

소득주도성장이 답인가? 총요소생산성 향상이 답인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1%대 성장을 예측할 정도로 상당히 암울한 상황에 처해있다. 1980년대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자리수였지만 그 이후에 1자리수로 내려왔고 지금은 2~3%에 불과하다.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싼 노동력과 자본의 투입으로 충분히 경제성장이 가능했지만, 중진국 이상이 되면서 자본과 노동력을 아무리 투입해도 경제성장이 예전만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임금이 인상되어 노동력을 무한대로 투입할 수도 없거니와, 자본 투입 또한 유한하므로 자본을 많이 투입하기 위해서는 빚을 낼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기술 자체의 혁신 보다는 빚(자본)으로 생산성 향상을 이루는 것 밖에 안 된다. 현재 중국이 그러한 모습인데, 임금이 많이 인상된 탓에 예전과 같은 경제성장률 상승이 어려워 엄청난 국채를 발행하며 빚으로나마 경기를 부양시키려 하고 있다. 이처럼 어느 시점이 되면 자본과 노동력으로는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경제를 성장시켜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총요소생산성이란 자본과 노동력을 제외한 법.제도, 노사관계, 기술혁신과 경영혁신 등에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는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를 의미한다. 아무 것도 없는 척박한 땅에서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이룬 사례로는 네덜란드와 베네치아를 들 수 있다. 네덜란드는 전 국토가 해수면보다 낮아서 농사를 짓기 어려웠다. 그래서 네덜란드인들은 네덜란드의 앞바다인 북해에 풍부했던 청어잡이에 집중하게 되었고, 이것을 시작으로 수산업에 호황을 맞게 되었다. 그로 인해 배가 점점 많이 필요하게 되었고 조선업이 발달하여 결국 이는 해상무역 토대가 되었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와 증권거래소도 이때 만들어졌고 이는 해상업과 금융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물의 도시로 불리는 베네치아는 심지어 늪지대 위에 올린 도시다. 훈족 등의 외세의 공격을 피해 사람들이 베네치아까지 도망왔는데 늪지대라 경작할 땅은 전무했다. 이런 척박한 상황속에서 베네치아는 바다를 이용하여 무역업을 시작하였고 해상법과 계약법을 정비하며 환어음과 장기국채 등 근대 금융제도의 토대를 닦았다. 이러한 노력 속에 베네치아는 15세기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며 해상강국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위 두가지 사례에서 경제가 성장한 주요원인은 자본과 노동이 아닌 법.제도의 개선과 기술/경영의 혁신 등에 있다. 즉 총요소생산성이 높았다. 자원도 없고 노동력도 풍부하지 않은 암울한 환경속에서도 총요소생산성 향상을 통해 세상을 호령할 수 있는 나라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혁신은 커녕 갖은 규제에 둘러싸여 있다. 그리고 총요소생산성 향상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노동자의 임금을 늘려 소비를 늘리려는 소주성(소득주도성장론)을 추구하려는 생각에만 갖혀있다. 

 최근 IMF 한국미션단장은 "2년새 최저임금이 30%나 올랐는데 이를 버틸만한 경제는 없을 것"이라며 쓴소리를 했다. 중산층이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수요를 촉진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경계에 있던 저임금 노동자들이 100만원 벌다가 130~150만원 번다고 해서 소비가 그렇게 많이 진작될까? 그리고 젊은 저임금 아르바이트생들은 그렇게 번 돈을 한국에서 아껴가며 쓰다가 해외 여행지에 가서 다 쓰고 돌아온다. 이건 우리나라 소득주도로 해외 경제를 성장시켜주는 것 밖에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름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저임금의 급속한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은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고 있으며 인건비 부담에 폐업하는 업체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서 폐업정리 전문업체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라니 말 다 한 것 아닌가?. 도대체 어딜 봐서 소득주도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 아니다. 소주성 덕분에 우리나라에 한 가지 발달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자동화, 무인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요즘 창업 박람회 등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아이템은 무인 세탁소, 무인 스터디카페 등 노동력 사용을 최소화하는 무인 시스템이다.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힘을 빌려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이 될 무인시스템 선진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가? 결국 이 또한 단순 노동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빈부격차가 심해져서 소득주도성장의 목적과 거꾸로 가게될 것이다. 

 누가 대통령 옆에서 소득주도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경제가 더 망가져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금 근래 몇 년간 최악의 경제 상황에 처해 있는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 큰 위기를 앞두고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소득주도성장에서 벗어나 총소요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조가 변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단기적으로 소득을 올리는 방법(물론 정책 실패로 소비를 많이 하여 내수를 진작할 중산층이 증가하고 있지도 않다)을 뒤쫓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고 기술 혁신 등 제도의 개선을 추구해야 한다. 네덜란드와 베네치아에서 주는 교훈을 되새기자. 

 

 

- 베껴쓰기 


17세기 네덜란드는 세계해상무역을 장악했다. 척박한 자연환경이 원동력이었다. 네덜란드 국토는 대부분 바다보다 낮은 저지대여서 농사를 짓기 어려웠다. 주민들은 청어잡이에 매달렸다. 수산업 호황으로 배가 많이 필요해졌고, 조선업 발전으로 이어졌다. 한때 세계 선박의 절반 이상을 보유할 정도였다. 조선업은 해상무역의 토대가 됐고, 무역업과 금융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최초의 주식회사인 동인도회사와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설립된 것도 이때다.

베네치아는 15세기 해상강국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늪지대 위에 세워진 도시국가 베네치아의 자원은 소금뿐이었고, 경작할 땅도 없었다. 무역선을 건조해서 지중해 무역을 독점했다. 해상법과 계약법을 정비하고, 환어음, 장기국채 등 근대 금융제도의 토대를 닦았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가 상인에게 계약서에 근거해 권리를 주장하는 장면은 법치가 확립된 베네치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네덜란드와 베네치아가 번영을 누린 것은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노동력 덕분이 아니었다. 오히려 기술, 법.제도, 혁신 등 '무형자산'의 경쟁력 덕분에 인력과 자본이 몰렸다. 총요소생산성이 높았던 것이다. 총요소생산성은 노동.자본을 제외하고 기술, 경영혁신, 노사관계, 법.제도 등이 얼마나 생산에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 6.25 전쟁의 폐허 위에서 단기간에 눈부신 성장을 일궈냈다.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도 못미쳤던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중요했다. 하지만 노동과 자본의 성장률 기여도는 계속 낮아지고 있다.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규제와 기술 등의 획기적인 혁신 없이는 앞으로 10년간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전히 한국의 금융.노동.기업활동 규제 환경은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하위권이다. 타르한 페이지오글루 국제통화기구(IMF) 한국미션단장은 "최저임금이 2년간 30% 가량 오르면 어떤 경제라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부는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금융.노동.산업 구조 개혁과 규제 개선은 도외시한 채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땜질 처방'만 하고 있다. 성장과는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댓글(2)

  • saaa
    2019.09.10 10:03

    문 정부의 경제정책은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3가지 입니다.
    이미 혁신성장, 공정경제에 총요소생산성 향상이 들어 있습니다.
    각각은 하나의 목표이며 세부적인 실천사항이 있는 것입니다.
    그걸 오로지 소득주도성장만 있는 것처럼 왜곡하는 게 문제지요.
    저소득층 소득이 늘면 소비가 늘어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맞는 얘기입니다.
    주도라는 말을 넣었다고 전체 내용이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냥 캠페인성 용어인데 그걸 트집잡아
    마치 저소득층 소득 늘리는 것만 있는 것처럼 하고
    더욱 좁게는 최저임금 프레임으로 몰고가는 것입니다.
    저 주장은 그냥 낙수효과에 총요소생산성이란 것을 덧칠한 것입니다.
    경제를 알려면 제대로 보고 그 의도를 파악해야죠.

    • 2019.09.10 11:30 신고

      네 맞는 말씀입니다. 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만 추구하지는 않겠지요. 해당 칼럼의 주장은 여러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는 문정부에게 소득주도성장을 타겟으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헌데 그 다양한 정책의 결과는 무엇인가요? 문정부의 정책으로 도대체 어디서 경제가 나아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리고 저소득층 소득 늘리는 것으로 경제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어요. 저소득층 소득을 늘리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경제성장에 직결되지는 않습니다. 세금으로 정부가 만드는 단기 공공 알바가 해답일까요?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답이겠지요.
      제대로 된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와 활발한 기업활동으로 만들어집니다. 문정부의 법인세율 인상,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은 대기업의 투자 환경과 활발한 기업활동의 방해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이 참 안타깝네요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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