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리스킬링 혁명을 선언하라 장경덕 논설실장/매일경제/2019.04.24

- 베껴쓰기

믿고 보는 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의 신작 '나를 닮은 기계들(Machines like me)'에는 아담이라는 로봇이 나온다. 소설은 온라인 트레이더인 찰리와 그가 구매한 아담, 찰리의 여자친구인 미란다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찰리는 똑똑하고 잘생긴 아담이 미란다와 사랑에 빠지자 심한 질투를 느낀다. 미란다의 아버지는 작가인데 셰익스피어에 관해 해박한 식견을 가진 아담을 마음에 들어한다.

 

오히려 책에는 관심없는 찰리가 로봇이겠거니 생각한다. 허구와 실제의 구분이 갈수록 희미해지는 세상이다. 셰익스피어를 줄줄이 꿰는 아담이 있다면 놀라운 취재력과 문장력을 갖춘 또 다른 아담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30년 넘게 신문사에서 일한 나보다 더 빨리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고, 어떤 위험도 마다 않고 쉼 없이 뛰는 로봇, 이미 단순한 사실보도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는 이들은 곧 탐사보도 영역까지 치고 들어올 것이다. 

 

지금은 누구나 진격의 인공지능에서 실존적 위협을 느낀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사'자 돌림의 직업을 가진 이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직업은 말할 것도 없다. 전문직은 과업의 일부를 로봇에게 넘겨주겠지만 단순 노동을 하는 이들은 일자리를 송두리째 빼앗긴다.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평소 드나들던 빌딩의 주차관리원이 사라졌음을 깨닫는다. 골목길 순댓국집에서도 사람 대신 기계가 주문을 받는다.

 

현실에서는 아직 사람의 모습을 한 로봇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일은 사람보다 잘하면서도 임금 때문에 불평하는 법이 없는 똑똑한 기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임금 상승이 가파를수록 그들의 진격 속도도 더 빨리질 것이다. 노동시장의 한계선상에서 일자리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이들이 가장 먼저 밀려날 것이다.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이 자명한 일을 위정자들은 얼마나 깊이 헤아리고 있을까.

 

나는 '사람 중심 경제'의 패러다임을 지지한다. 사람에 투자하는 것이 최고의 성장전략이며 궁국의 복지정책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방법론은 다른 문제다.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는 많은 정책들이 과연 제대로 사람에 투자하는 것들인지 따져보면 심각한 회의론에 빠져들게 된다.

 

똑똑한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에 인간에 투자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21세기 러다이트 운동이라도 벌여서 기계의 진격을 막는 건 대안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람이 기계보다 더 잘할 수있는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돼야 한다. 바로 리스킬링(reskilling), 기술 재무장의 문제다.

 

리스킬링이 지금처럼 절박했던 적은 없었다. 한국의 인구는 반세기 동안 2500만명에서 5000만명으로 늘어났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더 많은 교육을 받고 더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자급자족하던 농촌 인구가 도시로 몰리고, 가사에 매달리던 여성이 일터를 찾으면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것들의 부가가치를 더한 GDP는 급속히 늘어났다. 기술 변화는 빨랐지만 지금에 비하면 거북이 걸음이었다. 재교육과 재훈련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겨를이 없다. 가속화 하는 기술 변화를 도저희 따라잡을 수 없는 이들은 패닉에 빠지고 있다. 직장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노조는 더욱더 전투적이 된다. 주력산업 구조조정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몇 안되는 괜찮은 일자리를 차지하려는 사생결단이 벌어진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젊은이들에게 단기 알바와 공무원 일자리를 제안하고, 빈곤의 덫에 걸린 노인들에게 현금을 쥐여주는 것은 일회성 재정 살포에 불과하다.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 똑똑한 기계와 함께 달릴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리스킬링이다. 

 

사람 중심 경제로 가는 가장 실제적인 방법론은 바로 리스킬링에 있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달려들어야 하듯, 한 사람의 기술 재무장을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 정부,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여기에 달려 있다. 더 늦기 전에 전면적인 리스킬링 혁명을 선언해야 한다.

 

- 요약 및 의견

똑똑한 기계와 공존하려면 리스킬링이 답인가?

 인공지능이 무섭게 발달하여 우리를 뒤쫓아 오고 있다. 어떤 로봇은 기자 대신 기사를 쓰기도 하고 의사 대신 진료를 보기도 한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단순 노동은 볼 것도 없다. 앞으로 단순 노동자들의 대부분의 일자리는 로봇이 대신할 것이다. 그리고 전문직도 마찬가지다. '사'자 돌림의 회계사, 변호사 등도 업무의 일부는 로봇이 맡게 될 것이고 인간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 로봇들은 지치지도 않는다.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52시간제에 적용되지도 않는다. 야근, 주말 근무는 물론 명절에도 일을 시킬 수 있다. 그리고 임금을 올려줄 필요도 없다. 지금처럼 최저시급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시점에 자영업자들이나 회사의 사장들은 처음에 시설비가 좀 더 들더라도 최대한 무인 시스템으로 가려고 할 것이다. 곳곳에서 우리의 일자리가 빼앗기고 있다. 그리고 이는 시대적으로도 현재 여러 정책에 의해서도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문제인 정부는 '사람 중심 경제'를 추구하며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최저시급이 오르면 오를수록 사람들을 몰아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기계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으니 21세기 러다이트운동이라도 펼쳐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로봇을 활용하여 더 쉽게 할 수 있고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분야가 있는 반면에, 인간만이 할 수 있거나 인간이 더 효율적인 분야가 있게 마련이다. 바로 리스킬링(reskilling:기술 재무장)을 통해 이런 분야를 집중적으로 교육시켜야 해야한다. 그것만이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리스킬링을 한들 로봇이 금방 쫓아올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리스킬링을 하는 분야는 한정적일 것이므로 몇 개의 일자리를 두고 수백, 수천명이 달려드는 꼴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암울하지만 앞으로 중산층은 많이 사라질 것이고 저소득층은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로봇의 대체로 인해 줄어든 인건비는 다 고용주가 가져갈 것이므로 부자는 더 부자가 될 것이다. 

 생산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다. 로봇으로 인해 앞으로 이 셋 중에서 노동으로는 돈을 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토지와 자본밖에 없다. 부동산 투자와 주식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릴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로봇을 만드는 회사의 주식을 사는 수 밖에 없겠다. 아직 현실로 닥치지 않았을 뿐이지 자율주행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만 해도 전세계 수백만 아니 수천만명의 운전기사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절대 단순히 볼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투자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는가. 투자도 돈이 있어야 하지. 우리는 노동을 통한 생산을 포기할 수 없다. 그러므로 로봇과 인간의 가장 차별화되는 점을 공략해야만 한다. 아마 로봇이 쉽게 가질 수 없는 감성과 창의력이 답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는 이 두가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더 큰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는 단순히 교육을 한다고 쉽게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이와 같은 호기심으로 궁금증을 가져야 하고,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한 탐구와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문학 독서는 창의력과 감성을 모두 키워줄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여행을 통한 다양한 경험도 이 두 가지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앞으로 다른 무엇보다 창의력과 감성을 키우는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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