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북아일랜드 딜레마 고두현 논설위원/한국경제/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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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국령 북아일랜드에서 폭력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주에는 북아일랜드 독립과 아일랜드섬의 통일을 주장하는 반체제단체의 총격에 의해 취재기자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혈 사태가 터지자 브렉시트 이해당사국인 영국과 아일랜드, EU가 모두 긴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단체는 북아일랜드 무장조직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후예를 자처하는 '신(新)IRA'다. IRA는 1972년 폭탄테러로 9명이 숨진 '피의 금요일'을 비롯해 2990년대까지 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급진 무장조직이다.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의 벨파스트 협정으로 평화를 찾은 뒤 해체됐다가 최근 되살아났다.

 

벨파스트 협정 당시 영국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간 자유로운 통행.무역을 보장했고,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 지역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포기했다. 그러나 브렉시트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자 신IRA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자유로운 왕래가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강행하면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사이의 관세 장벽을 복원해야한다. 이런 혼란을 막기 위해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백스톱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의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막기 위한 방안이다. 핵심 내용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당분간 영국을 EU 관세 동맹에 남기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 의회는 백스톱 종료 시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영국이 이 문제에 관해 제대로 된 합의를 하지 않은 채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를 강행하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의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북아일랜드 지역은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지난해 이 지역의 수출품 중 33%가 아일랜드로 향했다. 관세 장벽이 생기면 북아일랜드 지역 경제는 파국을 맞는다. 

 

더 큰 문제는 북아일랜드에서 민족주의 분쟁이 되살아나는 것이다. 자칫하면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잃을 수 있다. 오래된 역사 갈등이 재연될 수도 있다. 영국 지배 시절 북아일랜드에 이주한 신교도들은 1921년 아일랜드가 영연방에서 완전히 독립할 때 영국에 남는 쪽을 택했다. 인구 180만 명에 남한 면적의 8분의 1밖에 안되는 북아일랜드가 브렉시트의 또 다른 뇌관이 된 배경에는 이렇게 복잡한 역사가 얽혀 있다. 

 

- 요약 및 의견

 지난 주에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갈등으로 유혈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이해관계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EU 사이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배후는 IRA의 후예라 자처하는 新IRA다. 그들은 북아일랜드의 독립과 아일랜드 섬의 통일을 주장하고 있는데, 1998년 벨파스트 협정에 의해 평화를 되찾은 후 해체되었다가 최근에 다시 부활하였다. 벨파스트 협정 당시 영국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의 자유로운 왕래와 수출입을 보장했고, 아일랜드는 북아일랜드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포기하였다. 그러나 노딜 브렉시트가 진행되면 이러한 자유로운 통행과 무역이 어렵기 때문에 반체제단체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에 대해 완충 역할을 해주는 안전장치로 백스톱 조항을 아일랜드가 요구했지만 협상이 원활히 되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에서는 백스톱의 핵심내용으로 브렉시트 이후에도 당분간 영국을 EU 관세 동맹에 남기기를 주장하지만, 영국 의회는 백스톱 종료시점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반대하고 있다. 만약 이대로 노딜 브렉시트가 진행된다면 북아일랜드의 경제는 파국으로 치닫을 것이다. 왜냐하면 작년 북아일랜드의 수출품 중 3분의 1이 아일랜드와의 거래였을 정도로 거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진행되면 관련국 어디 하나 피해가 적지 않을 예정인데 영국 또한 마찬가지다. 만약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하면 WTO 회원국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북아일랜드에 민족주의 분쟁이 되살아나 영국이 북아일랜드를 잃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일랜드 섬의 통일이 되더라도 종교 대립 또한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영국 지배 시절 구교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일랜드에서는 독립을 선택한 반면 북아일랜드로 이주한 신교도들은 영연방에 남기로 결정하였다. 아일랜드섬의 통일과 함께 구교도와 신교도의 갈등도 더 심해질 것이다. 인구 180만 명에 남한 면적의 1/8 밖에 안되는 면적에 불과한 북아일랜드가 이처럼 브렉시트의 화약고가 된 것은 여러 복잡한 문제들과 이러한 갈등의 역사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번 브렉시트는 쉽게 풀리지 않는 실타래가 될 것 같다. EU와 영국이 모든 EU 회원국의 서명을 받아가며 만든 '브렉시트 협의안'을 영국 의회에서 승인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영국의 메이 총리가 EU에 재협상을 요청했으나 거절된 상태이다. 이대로 시간이 간다면 어떠한 합의점도 도출하지 못한 채 영국이 EU를 떠나게 되는 노딜 브렉시트가 진행될 수도 있다. 영국 의회도 노딜 브렉시트가 진행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지만 만에 하나 그렇게 된다면 이번 총격사건처럼 몇명의 피로는 마무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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